기준은 언제나 가족관계등록부의 한글 성명입니다
귀화했든, 여권이 두 권이든, 외국에 오래 살았든, 이름이 외국식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여권에 적히는 로마자성명을 정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오른 한글 성명을 음절 단위로 음역한 표기입니다. 외교부 여권안내는 여권의 로마자성명이 한글성명을 음절 단위로 음역한 것이라고 밝히고, 별도 안내에서 "영어 이름이 아닙니다"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여권은 새 영어 이름을 짓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있는 한글 이름을 옮겨 적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글이 다루는 다섯 갈래, 귀화와 복수국적(흔히 이중국적이라고 부르는), 재외국민, 외국식 이름, 복성은 저마다 다른 규칙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규칙은 하나이고, 입구가 다섯일 뿐입니다. 한글 성명이 정해지는 경로가 남다르거나(귀화·외국식 이름), 이미 바깥에 다른 이름이 있거나(복수국적·재외국민), 성과 이름의 경계가 헷갈리는 경우(복성)입니다.
미리 밝혀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귀화·국적 취득 절차는 법무부 소관이고, 재외공관의 접수 방식은 공관마다 다릅니다. 이 글은 그 절차를 서술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표기입니다.
귀화하면 한글 성명이 먼저이고, 로마자는 거기서 따라옵니다
귀화한 뒤 여권을 처음 만들 때 순서를 거꾸로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여권에 원래 쓰던 David를 넣고 싶다"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실제 순서는 반대입니다. 먼저 가족관계등록부에 한글 성명이 오르고, 여권 로마자성명은 그 한글에서 나옵니다. 표기를 결정하는 진짜 순간은 여권 신청 창구가 아니라 한글 이름을 정하는 순간입니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음역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기 때문입니다. 'David'를 한글로 옮기면 '데이비드'가 되고, 그 '데이비드'를 다시 음절 단위로 로마자로 적으면 원래의 D-A-V-I-D는 남지 않습니다. 한 번 한글을 거치는 순간 원래 철자는 복원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속성을 지키는 실질적인 방법은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과 음이 가까운 한글 성명을 고르는 것입니다. 확정 표기는 외교부의 추천 로마자 성명 검색에 한글 이름 후보를 직접 넣어 확인하세요.
그렇다고 이미 쌓아 둔 표기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24-27호 제3장 제7항은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그동안 써 온 표기를 쓸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권 쪽에서 이 원칙이 열리는 통로는 여권법 시행령 제3조의2 제2항의 변경 사유이고, 귀화자에게 해당할 수 있는 것은 ② 해외에서 취업·유학 등의 사유로 이미 사용 중인 로마자성명, ⑨ 이민·비자 등의 표기와 일치시킬 필요가 있는 경우, 그리고 ⑪ 그 밖에 외교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외교부는 그 예로 국제입양인·학술연구자를 듭니다)입니다. 귀화자만을 위한 별도 제도가 따로 있지는 않고, 11개 사유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가 기준입니다. 사유별 요건과 서류는 여권 영문 이름 변경 가이드가 정본입니다.
귀화 전 이름으로 남아 있는 학위·경력·계좌가 있다면 두 이름이 같은 사람임을 보여 줄 서류를 미리 챙겨 두세요. 무엇을 인정하는지는 요구하는 기관마다 다르므로, 서류 이름을 미리 확정하기보다 그 기관에 먼저 묻는 편이 정확합니다.
복수국적이면 두 여권의 이름이 각자의 법에서 나옵니다
한국 여권에는 KIM JISOO, 다른 나라 여권에는 Jisoo Kim. 이런 차이를 보고 "둘 중 하나가 틀린 것 아닌가" 걱정하는 분이 많지만, 순서와 대소문자는 표기 오류가 아니라 두 나라의 기재 방식 차이입니다. 한국 여권의 이름은 한국의 가족관계등록부에서 나오고, 다른 나라 여권의 이름은 그 나라 법에서 나옵니다. "두 여권의 이름을 반드시 일치시켜야 한다"는 규정은 우리가 확인한 외교부 여권안내에 없습니다.
그러니 목표는 규정 준수가 아니라, 필요할 때 동일인임을 보일 수 있게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두 여권 사이에서 이름이 갈리는 지점은 대체로 넷입니다. ① 성과 이름의 기재 순서, ② 같은 한글에 대한 로마자 철자 차이, ③ 현지에서 통용명으로 굳어진 이름, ④ 배우자 성의 병기 여부입니다. 한국 여권 쪽을 바꿔서 맞추려면 앞에서 본 11개 사유(특히 ②·⑨)를 통과해야 하고, 배우자 성 문제는 ④ 배우자의 성을 함께 적거나 바꾸거나 뺄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어느 서류를 기준으로 대조하는지는 기관마다 다르니 미리 확인해 두세요.
자녀라면 표기를 정리하기 가장 쉬운 시점은 서류가 아직 몇 장 없을 때입니다. 학교·은행 기록이 쌓이기 시작하면 앞선 서류의 철자가 뒤 서류로 그대로 복사됩니다. 미성년 여권의 신청 실무는 아기·미성년 여권 영문 이름 가이드에 있습니다.
재외국민도 표기 규칙은 같고, 창구만 다릅니다
해외에 사는 국민도 표기 규칙은 국내와 완전히 같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어디서 접수하느냐뿐입니다. 외교부 여권안내는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재외공관에서 여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하며, 여권을 발급하는 재외공관은 총 180여 개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같은 페이지는 해당 재외공관 홈페이지를 방문해 여권 발급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하라고 덧붙입니다. 공관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외교부가 먼저 말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예약 방식·제작 기간·긴급 발급 같은 공관별 운용을 서술하지 않습니다.
표기 쪽 원칙은 짧습니다. 이미 여권이 있다면 그 로마자성명을 그대로 이어 쓰는 것이 기본이고, 바꾸려면 11개 사유에 해당해야 합니다. 해외 거주자에게 가장 실질적인 제약은 따로 있습니다. 로마자성명 변경은 재발급 사유이고, 여권 수록 정보의 정정·변경은 방문 신청만 가능합니다. 공관이 멀다면 이 한 줄이 일정을 좌우합니다.
현지에서 오래 쓴 통용명도 짚고 갑니다. 미국에서 10년째 Jenny로 불렸더라도, 'Jenny'는 한글 성명의 음역이 아니므로 여권에 넣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열리는 통로는 통용명을 올리는 쪽이 아니라 같은 한글의 철자 차이(예를 들어 JIYEON과 JI YOUN 사이)를 사유 ②로 맞추는 쪽입니다. 바꾸기로 했다면 현지 비자·면허·계좌를 어떤 순서로 정리할지 먼저 계획을 세우세요. 해외 생활 이름 일관성 가이드가 그 실무를 다룹니다. 여권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이름 철자를 눈으로 확인하세요.
외국식 이름은 음역이 일치하면 되고, 번역은 안 됩니다
이 절이 이 글에서 가장 명확한 규정을 담고 있습니다. 외교부 여권안내는 두 가지를 함께 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글 성명이 외국식 이름과 음역이 일치하면 그 표기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외교부가 예로 든 것이 "김에스더 → KIM ESTHER"입니다. 다른 하나는 번역어 형태의 한글식 성경 이름을 외국어식 성경 이름으로는 표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기준이 한눈에 보입니다. 통과하는 것은 음역이고,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번역입니다. '에스더'는 소리가 ESTHER와 맞으니 그 형태로 적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글이 '요셉'인데 JOSEPH으로 적는 것은 소리를 옮긴 것이 아니라 같은 이름의 다른 언어판으로 갈아 끼운 것이라 허용되지 않습니다. 'Michael Brown'을 한글 '마이클 브라운'으로 등록한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여권에는 원래의 Michael Brown이 아니라 한글 소리를 옮긴 형태가 들어갑니다.
단계를 섞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외국 이름을 한글로 정하는 단계와 그 한글을 로마자로 음역하는 단계는 서로 다른 규칙을 쓰고, 앞 단계의 선택이 뒤 단계의 결과를 사실상 확정합니다. 바꿀 여지는 대부분 앞 단계에 있습니다. 성과 이름의 구분도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를 그대로 따릅니다. 외국인 배우자의 성을 쓰고 싶다면 그것은 음역의 문제가 아니라 사유 ④의 문제이고, 한국에서는 혼인만으로 성이 바뀌지 않습니다. 상세는 여권 영문 이름 변경 가이드를 보세요.
복성은 두 글자 전체가 성입니다
남궁·황보·선우·독고·제갈·사공처럼 성이 두 글자인 경우가 있습니다. 원칙은 간단합니다. 두 글자 전체가 성이므로, 여권의 성(Surname) 칸에 두 글자를 함께 적습니다. 성이 길다고 해서 한 글자를 이름 칸으로 넘기거나, 성 칸 안에서 두 글자를 띄어 쓰지 않습니다. 복성에 한 음절 이름이 붙는 경우(성 두 글자 + 이름 한 글자)도 마찬가지로, 성 칸에 두 글자, 이름 칸에 한 글자가 들어갑니다.
구체적인 로마자 철자는 이 글에서 예시로 나열하지 않습니다. 아래 통계에서 보듯 우리가 가진 성씨 표기 분포는 20개뿐이고 복성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아, "이쪽이 더 많이 쓰인다"고 말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후보 표기는 외교부 추천 로마자 성명 검색으로 확인하고, 가족 중에 이미 여권을 만든 사람이 있다면 그 철자를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굳어진 성씨와 갈리는 성씨
성을 새로 정하거나 기존 표기를 지킬지 고민하는 자리에서 먼저 볼 것은 그 성씨가 이미 굳어졌는지입니다. 분산도는 100에서 1위 표기 점유율을 뺀 값으로, 클수록 표기가 갈립니다(계산 방식은 통계 데이터 출처 안내에 공개해 두었습니다).
| 구분 | 성씨 | 분산도 | 표기 분포 |
|---|---|---|---|
| 가장 갈림 | 유 | 60.84 | YOO 39.16%·YU 35.79%·YOU 15.33% |
| 가장 갈림 | 정 | 53.87 | JUNG 46.13%·JEONG 42.48%·CHUNG 7.13% |
| 가장 갈림 | 윤 | 50.6 | YOON 49.4%·YUN 41.82%·YOUN 8.51% |
| 가장 갈림 | 조 | 32.15 | CHO 67.85%·JO 31.33% |
| 가장 갈림 | 임 | 28.72 | LIM 71.28%·IM 23.35%·YIM 3.25% |
| 가장 통일 | 송 | 0.24 | SONG 99.76% |
| 가장 통일 | 김 | 0.45 | KIM 99.55%·GIM 0.42% |
| 가장 통일 | 한 | 0.46 | HAN 99.54% |
| 가장 통일 | 오 | 0.59 | OH 99.41% |
| 가장 통일 | 강 | 1.02 | KANG 98.98% |
위 다섯은 가족·기존 서류와 어긋날 여지가 아직 남아 있는 성씨이고, 아래 다섯은 이미 답이 정해진 성씨입니다. 실질적인 선택지가 있는 쪽은 위 다섯뿐입니다. 성씨 전체 분포는 2024 여권 성씨 통계에 있습니다.
그런데 통계로 답할 수 없는 자리도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성씨 '노'입니다.
귀화로 새로 정한 성, 복성, 흔하지 않은 성씨를 가진 사람은 "다수를 따른다"는 기준 자체를 쓸 수 없습니다. 그때 기댈 것은 점유율이 아니라 규칙과 이미 발급된 가족의 여권입니다. 부정적 의미와 겹치는 표기 전체 목록은 여권 이름 6가지 원칙이 정본입니다.
이 글의 근거와 확인 기준
이 글의 제도 서술은 대한민국 외교부 여권안내 원문(2026-08-30 확인)과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24-27호만 근거로 썼고, 수치는 외교부 여권 통계 원자료에서 계산했습니다. 귀화·국적 취득 절차(법무부 소관)와 재외공관별 접수 절차는 원문을 확보하지 못해 서술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는 처리 소요 기간, 비용 감면 여부, 특정 인증 제도의 이름, 나라별 복수국적 인정 여부 같은 서술이 없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을 "보통", "대개"로 흐려 남기는 대신 빼는 쪽을 택했습니다.
표기 분포가 성씨 20개에 한정된다는 점은 이 글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귀화로 만든 성, 복성, 외국식 성은 그 20개 안에 없을 수 있습니다. 제도와 요건은 바뀔 수 있으므로, 최종 확인은 아래 외교부 원문에서 하세요.